아침에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는 시간에 너무 늦어져서 부모님과 실랑이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는 반면에 학교를 가장 먼저 가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죠? 일종의 강박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1등으로 꼭 학교를 가야 한다. 내가 1등으로 교실에 들어가서 창문도 열어놓고 앉아서 내가 보고 싶은 책을 보고 있다보면 아이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고, 그 아이들이 오~~ 오늘도 일찍 왔네 하는 반응을 보면서 자존감을 높이기도 하고, 연이어 들어오는 선생님의 반응도 아이를 즐겁게 해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아이가 어떤 이유든 간에, 알람을 잘 못 맞추었거나 엄마가 일찍 깨워주겠다는 약속을 어겼거나, 등교를 방해하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서 제 시간에 학교를 가지 못하는 경우에는 강한 감정적인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강박이라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것에 대한 과도한 불안으로 이루어지는 현상이기 때문에 꼭 내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좌절하고 그 좌절감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 반응인 화나 짜증을 내게끔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1등으로 학교를 가고자 하는 아이들의 마음에는 강박적인 사고만 있는 것일까요? 살짝 다르게 생각하면 또 다른 마음이 있기도 하지요. 어떤 경우의 아이들은 내가 교실에 먼저 앉아있고, 다른 아이들이 하나둘씩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별다른 감정반응을 일으키지 않지만 다른 아이들이 앉아있는 교실에 내가 들어갈때는 부끄러움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주목 받는 것에 대한 불안이죠. 내가 먼저 교실에 앉아있을때는 교실에 들어오는 아이들이 일반적으로 한 명씩 들어와서 그 아이들이 나를 보지만, 다른 아이들이 많이 앉아있는 상황에서 내가 들어가면 여러명의 눈빛이 나를 향하기 때문에, 사실은 다른 아이들이 내가 교실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을지라도, 그 아이는 다른 친구들이 나를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주도권의 문제이지요. 내가 능동적으로 원해서 보는 것과 내가 수동적인 상황에서 보여지는 것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도권을 가지고 있느냐와 아니냐의 문제는 상황 통제력이나 조절력을 가지고 있느냐의 차이입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엄마와 함께 동네를 산책하다가 같은 반 친구가 나를 보고 먼저 인사를 했을때 엄마뒤로 숨지만 내가 먼저 같은 반 친구를 봤을때는 먼저 아는 척을 하거나 엄마에게 그 아이의 신상에 대해 말해주는 아이에서도 똑같이 나타납니다. 앞서 말했듯이 만남에 대한 부끄러움, 인사를 하는데 있어서의 부끄러움은 평가불안이나 주목받는 것의 불안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그 아이가 불안만 갖고 있다면 내가 친구를 먼저 봤을때도 그 친구를 피하거나 인사를 하는 것을 기피할 것인데 왜 자신이 먼저 발견했을때는 인사를 하는 걸까요? 주도권, 상황에 통제력의 유무에 의해서 그것이 결정되지 않을까요? 내가 주도하는 상황, 먼저 인사를 시작하는 상황은 받아들이지만 남에 의해서 인사가 이루어지는 상황은 회피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조절력나 또는 통제력의 문제가 겉으로는 불안처럼 표현이 될 수도 있고, 그래서 우리는 이를 정서적인 상태로만 생각할 수 있지만 내적으로는 주도권의 싸움이지 않을까요? |